ESSAY

Essay

탈모는 왜 마음까지 흔들까?

최고관리자 조회 118

eddf08b8d7e11eed2154b5c70c878693_1789698132_237.png

머리카락에서 시작해 젊음, 스트레스 그리고 웰니스까지

요즘 거울을 볼 때 우리는 참 많은 것을 확인한다. 오늘 피부는 괜찮은지, 얼굴이 부어 보이지는 않는지, 흰머리가 더 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머리카락도 확인한다. 가르마가 예전보다 조금 넓어진 것 같기도 하고, 머리를 감고 난 뒤 배수구에 모인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많아 보이면 괜히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출산하고 몇 달 뒤 갑자기 머리가 한 움큼씩 빠졌던 사람, 일이 너무 힘들었던 어느 시기부터 유난히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던 사람, 야근과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서 몸 전체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던 사람이라면 더 공감할 것이다. 어느 날 우리는 검색창에 ‘탈모 초기’, ‘정수리 탈모’, ‘여성 탈모’, ‘스트레스 탈모’를 입력한다. 나 역시 그랬다. 30대에 탈모가 심해졌던 나는 조금 더 구체적인 단어를 검색했다. ‘모제림 모발이식 가격’. 지금 생각하면 참 현실적인 검색어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머리카락에 마음을 쓰고 있었을까. 머리카락은 아프지 않는다. 조금 줄어든다고 당장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면 샴푸를 바꾸고, 영양제를 찾고, 사진을 찍어 비교하고, 병원을 검색한다. 결국 탈모약을 알아보거나 모발이식(Hair Transplantation)을 고민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잃는 일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던 ‘나의 모습’이 달라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1. 머리카락은 왜 이렇게 중요할까?

생각해보면 머리카락은 꽤 특별한 존재다. 옷은 갈아입을 수 있고 액세서리는 필요하면 빼면 된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몸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꾸밀 수 있다. 자르고, 기르고, 염색하고, 웨이브를 넣는다. 헤어스타일 하나만으로 단정해 보이기도 하고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며, 어려 보이거나 전혀 다른 인상을 주기도 한다. 중요한 미팅이나 약속이 있는 날 평소보다 머리에 조금 더 신경 쓰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머리카락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를 넘어 패션(Fashion)이자 자기표현(Self-expression)의 수단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는 자연스럽게 ‘젊음’도 따라붙는다. 풍성한 머리카락은 젊음과 생명력의 이미지로 소비되고, 반대로 머리숱이 줄거나 흰머리가 늘어나는 변화는 나이가 들어가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머리가 좀 빠지는 것 같아”라는 말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 늙어 보이면 어떡하지?’ ‘다른 사람이 알아볼까?’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탈모(Hair Loss)는 정말 머리카락만의 문제일까.


2. “아직 젊은데 왜?” 2030의 탈모

탈모라고 하면 여전히 중년 남성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탈모의 고민은 특정 연령이나 성별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히 20대와 30대는 취업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고, SNS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 안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한창 만들어가는 시기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예상하지 못한 탈모를 경험하면 가장 먼저 “아직 젊은데 왜?”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여기에 디지털 시대라는 환경도 겹친다. 예전에는 거울 앞에서 주로 나를 보았다면 지금은 셀카, 영상회의, SNS 피드와 숏폼 영상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화면 속 나와 타인을 마주한다. 탈모 자체가 디지털 시대에 새로 생긴 것은 아니지만 내 외모를 확인하고 타인과 비교하는 횟수는 훨씬 많아졌다. 필터를 쓰면 피부는 매끈해지고 얼굴은 작아지며 머리숱도 풍성해 보인다. 화면 속 ‘보정된 나’와 다른 사람들의 가장 좋은 순간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실제 거울 속 작은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머리카락 몇 가닥의 변화가 어느 순간 ‘나는 예전과 달라졌다’는 감정으로 번지는 이유다.


3. 나도 ‘모제림 모발이식 가격’을 검색했던 사람이다.

사실 나는 탈모를 남의 이야기처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나도 30대에 탈모가 심해졌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 날부터 머리숱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원래도 많지 않았으나...), 한 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변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사진을 찍으면 머리(특히 정수리)부터 보게 되고, 조명이 강한 곳에서는 헤어라인이 신경 쓰였다. 그러다 결국 검색창에 ‘모제림 모발이식 가격’을 입력했다. 지금 돌아보면 꽤 흥미롭다. ‘나는 왜 탈모가 생겼을까?’보다 어느 순간 ‘그래서 이걸 해결하려면 얼마가 들까?’를 먼저 알아보고 있었으니까. 그때의 나는 탈모를 건강의 문제라기보다 외모의 문제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머리가 다시 풍성해지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모발이식(Hair Transplantation)을 했다. 모발이식은 내게 꽤 큰 결정이었다. 비용도, 시간도, 회복 과정도 필요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더 크게 남은 것은 시술 자체보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다. 왜 나는 머리카락 때문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을까. 그때는 그 질문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탈모가 있으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아보면 그 안에는 외모에 대한 불안도 있었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 예전의 내 모습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탈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때와 조금 다르다. 모발이식(Hair Transplantation)도, 약물치료(Medication Therapy)도 필요하면 선택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렇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머리카락을 채우는 일과 함께 그 변화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도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내가 이 글을 쓰고 싶은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탈모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그 마음이 생각보다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4. 출산 후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는 것도 탈모일까?

여성에게는 또 다른 탈모가 있다. 출산 후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감는데 평소보다 훨씬 많은 머리카락이 손에 잡히는 경험이다. 임신 중에는 높은 에스트로겐(Estrogen)의 영향으로 많은 모발이 성장기(Anagen Phase)에 머무르는데, 출산 후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서 많은 모발이 동시에 휴지기(Telogen Phase)로 이동할 수 있다. 그 결과 출산 후 몇 달이 지나 갑자기 많은 모발이 빠지는 산후 휴지기 탈모(Postpartum Telogen Effluvium)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출산 직후가 아니라 보통 몇 달이 지난 뒤 머리가 갑자기 많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사자는 더 놀랄 수 있다. 출산을 경험한 몸은 이미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호르몬이 달라지고, 수면은 부족해지고, 육아가 시작된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 속 머리숱까지 달라져 있다. 그때 “원래 애 낳으면 다 그래”라는 한마디가 과연 충분할까. 의학적으로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어도 그 변화를 바라보는 한 사람의 마음까지 일시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 이것이 탈모를 몸과 마음이 함께 연결된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 스마트폰, 인스턴트 음식, 수면 부족… 요즘의 생활은 괜찮을까?

요즘 우리의 하루는 유난히 빠르다. 아침은 건너뛰고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 점심은 간단히 먹고, 바쁜 날에는 배달음식이나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켠다. “이것만 보고 자야지” 했는데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과 인스턴트 음식이 탈모의 원인일까? 그렇게 단순하게 연결하면 안 된다. 스마트폰을 많이 본다고 탈모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인스턴트 음식을 먹었다고 바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조금 더 넓게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극심한 스트레스, 급격한 체중 감소, 철분이나 단백질 등의 영양 부족은 과도한 모발 탈락과 관련될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스마트폰 사용 역시 탈모의 직접 원인이라기보다 수면시간과 생활 리듬을 흐트러뜨리는 환경 중 하나로 바라보는 편이 맞다. 결국 범인은 스마트폰 하나도, 인스턴트 음식 하나도 아니다. 오히려 살펴봐야 하는 것은 우리가 너무 바쁘고, 너무 늦게 자고, 너무 오래 긴장하고, 제대로 먹거나 회복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생활 전체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익숙한 문장이 떠오른다. “요즘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가 빠지는 것 같아.” 이 말은 정말 과학적으로도 맞을까.


6. 스트레스는 정말 머리카락을 빠지게 할까?

심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와 모발 탈락 사이에는 실제 연결고리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휴지기 탈모(Telogen Effluvium)다. 흥미로운 점은 스트레스를 받은 바로 다음 날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거나 수술, 질병, 출산 등 몸에 상당한 변화가 생긴 뒤 몇 달이 지나 과도한 모발 탈락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원인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있다. “요즘 왜 이렇게 머리가 빠지지?”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을 몇 달 전으로 돌려보면 그때의 나는 꽤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었을 수도 있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나 탈모가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탈모에는 유전, 호르몬, 면역질환, 영양 상태, 약물 등 다양한 원인이 있고 탈모 유형에 따라서도 원인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내가 흥미롭게 느낀 것은 마음에서 경험한 일이 몸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잠이 줄어든다. 식사가 흐트러진다. 몸이 피곤해진다. 어느 날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많이 빠지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 불안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르마를 확인한다. 스트레스(Stress) → 생활 리듬의 변화 → 몸의 변화 → 탈모에 대한 인식 → 외모 불안(Body Image Anxiety) → 다시 스트레스. 머리카락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뇌와 감정, 몸의 관계까지 오게 된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 아주 현실적인 질문 하나가 생긴다. “그래서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7.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미녹시딜… 익숙한 탈모약들

탈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 미녹시딜(Minoxidil)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남성형 탈모(Male Androgenetic Alopecia)에서 익숙한 치료제들이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5알파 환원효소(5α-reductase)를 억제해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으로 변환되는 것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DHT에 민감한 모낭이 점점 작아지는 과정인 모낭 미니어처화(Follicular Miniaturization)를 억제하는 것이다. 미녹시딜은 이들과 다른 기전으로 모발의 성장과 유지에 도움을 준다. 다만 모든 탈모가 같은 약으로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탈모의 원인과 성별, 건강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고 각 약물에는 부작용과 주의사항도 있다. 특히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다. 그런데 약의 이름이나 원리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이 있다. “탈모약,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8. 머리가 다시 나면 탈모약을 끊어도 될까?

나도 궁금했던 부분이다. 약을 먹어서 머리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면 그때부터는 약을 끊어도 되는 걸까? 아니면 탈모약은 정말 한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걸까? 안드로겐성 탈모(Androgenetic Alopecia)의 경우 치료를 통해 유전적 성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는 복용하는 동안 탈모 진행에 관여하는 경로를 억제하는 치료에 가깝다. 쉽게 말하면 탈모의 시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를 늦추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약으로 머리숱이 유지되거나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치료를 중단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줄어들고 탈모가 다시 진행될 수 있다. 미녹시딜 역시 사용을 중단하면 치료로 유지되던 효과가 점차 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탈모약은 한번 먹으면 죽을 때까지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표현은 “효과를 유지하고 싶은 기간 동안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치료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나이와 탈모 유형, 진행 정도, 치료 효과, 부작용, 건강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약을 얼마나 오래 사용할지는 의료진과 함께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머리가 빠진다고 모두 안드로겐성 탈모는 아니다. 출산 후 휴지기 탈모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 큰 스트레스나 질병 이후 일시적인 모발 탈락이 나타나기도 하며, 원형탈모(Alopecia Areata)처럼 면역체계와 관련된 탈모도 있다. 그래서 “무슨 약을 먹어야 하지?”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내 머리카락은 왜 빠지고 있는가?”이다.


9.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정말 머리카락과 관계가 있을까?

웰니스(Wellness) 이야기를 하다 보면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흘려듣게 되는 말이 있다.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나도 이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의 몸을 들여다볼수록 이 평범한 문장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 우리의 식사는 빠르다.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배달음식, 저녁은 늦은 시간에 먹는다. 바쁜 날에는 제대로 된 식사보다 커피와 간식이 더 많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특정 음식 하나를 탈모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다만 오랫동안 영양이 불균형해지거나 철분·단백질 등의 결핍이 생기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나 급격한 체중 감소까지 겹친다면 모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면도 마찬가지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것만 보고 자야지” 하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고, 아침에는 알람을 몇 번씩 미루다 겨우 일어난다. 머리카락은 몸 전체의 상태와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탈모를 들여다보다 보니 머리카락 하나가 결국 내가 어떻게 먹고, 어떻게 자고, 어떻게 스트레스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은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자연스럽게 ‘웰니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10. 탈모를 찾아보다가 결국 웰니스를 생각했다.

나는 요즘 웰니스(Wellness)라는 말을 자주 생각한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하고 잘 자는 것. 물론 그것도 웰니스다. 하지만 사람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볼수록 웰니스는 몇 가지 좋은 습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훨씬 넓은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나이 들어가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타인의 시선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얼마나 잘 알아차리는지. 이런 것 역시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의 일부가 아닐까. 출산 후 갑자기 머리가 빠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원래 다 그래”라는 말만은 아닐 것이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거울 앞에서 달라진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까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대 남성이 M자 헤어라인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신경 쓰인다면 “그 정도는 아무도 몰라”라고 말하기보다 그 변화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 30대 여성이 넓어진 가르마를 발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전화 카메라로 정수리를 찍어본다면 그것 역시 단순히 외모에 예민해서라고 치부할 일만은 아닐지 모른다. 나 역시 그 마음을 안다. 나도 30대에 탈모 때문에 검색창을 열었고, 결국 모발이식이라는 선택까지 해봤으니까. 타인에게는 작은 변화여도 나에게는 아주 큰 변화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탈모 역시 웰니스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하는 것, 동시에 그 변화 때문에 생기는 불안과 위축, 자신감의 변화도 함께 살펴보는 것. 몸을 치료하는 것과 마음을 돌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 젊어 보이는 것과 젊게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

솔직히 나 역시 나이가 들수록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한다. 예전에는 없던 변화가 생기고 어느 날 사진 속 내 얼굴을 보며 ‘시간이 지나고 있구나’ 싶을 때도 있다. 누구도 시간의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요즘 나는 ‘젊어 보이는 것’과 ‘젊게 살아가는 것’은 꽤 다르다고 생각한다. 머리카락이 풍성하고 주름이 없다고 반드시 젊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흰머리가 생기고 머리숱이 줄었다고 삶의 생명력까지 함께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움직이고, 사랑하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외면하지 않는 것.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젊음은 ‘변하지 않는 몸’을 갖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몸을 이해하면서도 삶에 대한 호기심과 생명력을 잃지 않는 것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웰니스와도 닮아 있다.


12. 머리카락 몇 가닥에서 시작된 질문

처음에는 단순히 ‘탈모’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런데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하니 이야기가 예상보다 멀리 갔다. 머리카락에서 패션으로, 패션에서 젊음으로, 젊음에서 출산과 호르몬으로, 다시 스트레스와 수면, 식습관과 디지털 생활로 이어졌다. 그리고 내가 직접 경험했던 모발이식과 탈모약을 지나 결국 몸과 마음의 관계까지 왔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이런 질문 하나가 남았다. 우리는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얼마나 잘 알아차리고, 또 얼마나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면 원인을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은 중요하다. 약물치료를 선택할 수도 있고 모발이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 변화 때문에 스스로를 덜 매력적인 사람으로 여기거나, 갑자기 늙었다고 생각하거나, 자신감을 잃고 있다면 머리카락과 함께 내 생활과 마음도 한번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요즘 나는 잘 자고 있는지, 제대로 먹고 있는지, 내 몸이 회복할 시간을 주고 있는지, 하루 종일 긴장한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화면 속 누군가와 끊임없이 나를 비교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몸은 평생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 머리카락도 변하고, 피부도 변하고, 호르몬도 변하고, 몸의 감각도 달라진다. 그 모든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변화하는 몸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지는 조금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웰니스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은 완벽한 몸을 유지하는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내 몸을 이해하고 필요한 때에는 제대로 돌보면서도 그 안에서 여전히 나답게 살아가는 힘을 잃지 않는 것. 30대의 나는 검색창에 ‘모제림 모발이식 가격’을 입력했다. 지금의 나는 그 검색어 뒤에 숨어 있던 마음까지 들여다본다. 탈모에 대해 쓰기 시작했는데 결국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오래 지켜야 하는 것은 머리카락 그 자체보다 먼저, 그 머리카락 아래에 있는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WACT ESSAY | Wellness · Body · Mind · Relationship


#탈모 #탈모원인 #탈모치료 #모발이식 #탈모약 #스트레스탈모 #왝트 #왝트에세이 #왝트이유정
 

※ 본 글은 탈모(Hair Loss)와 웰니스(Wellness)에 관한 일반적인 의학 정보와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거나 지속적인 탈모, 부분적인 탈모가 나타나거나 탈모약·약물치료 또는 모발이식을 고려하고 있다면 의료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마케팅트렌드(MZ 세대의 탈모 이슈) 더보기: https://newneek.co/@pizzastation/article/42494

댓글목록

profile_image

이드님의 댓글

이드 작성일

인류의 오랜 난제인 탈모...깊은 공감합니다

profile_image

Elaine님의 댓글의 댓글

Elaine 작성일

맞아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고민인데도 여전히 우리를 참 많이 신경 쓰이게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깊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_image

최인석님의 댓글

최인석 작성일

탈모가 극복되면 다른 무언가가 생기지않을까요?

profile_image

Elaine님의 댓글의 댓글

Elaine 작성일

그러게요. 하나를 극복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기는 게 사람인가 봅니다. ???? 그래서 더더욱 ‘완벽한 모습’보다 변화하는 나와 잘 지내는 법이 중요한 것 같아요.

profile_image

깐깐한아부지님의 댓글

깐깐한아부지 작성일

고민중인 딱 주제네요~~

profile_image

Elaine님의 댓글의 댓글

Elaine 작성일

앗, 마침 고민 중이셨군요. ???? 그래서 이번 글이 더 가깝게 읽히셨을 것 같아요. 고민의 크기만큼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profile_image

봄나물님의 댓글

봄나물 작성일

탈모! 언젠간 내게 올지도 모르는 ㅠ

profile_image

Elaine님의 댓글의 댓글

Elaine 작성일

저도 예전에는 ‘설마 내가?’ 했는데 어느 순간 정말 제 이야기가 되어 있더라고요. ㅠㅠ 그래서 미리 겁먹기보다 몸의 변화를 잘 살피고 돌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profile_image

류용효님의 댓글

류용효 작성일

조금씩 사라지는 머리카락에 대해 생각이 많습니다 ^^

profile_image

Elaine님의 댓글의 댓글

Elaine 작성일

저도 그랬어요.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은 오히려 어느 날 문득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머리카락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결국 ‘나이 들어가는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

profile_image

구봉님의 댓글

구봉 작성일

탈모는 외모를 넘어 자아와 마음을 흔드는 신호는 맞슴다. 나이를 떠나 머리카락을 채우는 시술이나 약물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강조한  그 아래의 몸과 마음, 삶의 리듬을 다정하게 돌보며 ‘나다움’과 자존감을 지켜내는 웰니스적 태도"라는말에 공감합니다만.
그래도  내 머리는좀 풍성했으면 좋겠는데 ㅠㅠ

profile_image

Elaine님의 댓글의 댓글

Elaine 작성일

마지막 한 줄에서 빵 터졌어요. ???? 글에서 제가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정말 정확하게 읽어주셨네요. 몸과 마음, 삶의 리듬을 잘 돌보는 게 중요하다고 써놓고도… 저 역시 머리는 오래오래 풍성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공감 가득한 댓글 감사해요!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