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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뻔한 브랜드는, 어떻게 다시 말을 걸게 될까

최고관리자 조회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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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했다. IT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 세일즈를 경험했고, 이후에는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며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두루 거쳤다.

산업은 달랐지만 결국 내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사람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산업이었다. 특히 지난 8년은 글로벌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우머나이저(Womanizer)와 함께하며,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었던 펨테크(Femtech) 산업의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좋은 제품도 이해받지 못하면 사라진다.

처음에는 그저 맡은 일을 잘해내고 싶었다. 더 많은 채널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더 좋은 성과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품이 좋아서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제대로 이해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해 사라지는 브랜드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섹슈얼 웰니스 산업은 더욱 그랬다. 제품 자체보다 사회적 인식이 먼저 벽이 되었고, 광고와 표현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어도 마음껏 설명할 수 없었고, 브랜드가 세상과 대화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누군가는 규제를 한계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말을 크게 할 수 없다면 더 정확하게 말하면 되고, 제품을 설명하기 어렵다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믿었다.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먼저 산업을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먼저 산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했고, 성을 자극이 아닌 웰니스의 관점에서 바라보려 노력했다. 전문가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학회와 협업하며, 소비자들이 건강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하나씩 늘려갔다.

브랜드를 알리기보다 시장을 이해시키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며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브랜드도 함께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웠다.

브랜드는 제품이 좋아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이해하기 시작할 때 성장한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일

그 경험은 나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보다 브랜드를 키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표가 오랜 시간 고민하며 만든 브랜드가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을 함께 만들고, 고객이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며 다시 찾아오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무엇보다 즐거웠다. 누군가에게는 컨설팅이었지만, 나에게는 브랜드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일이었다.

22년 커리어의 다음 단계, WACT

2025년, 나는 오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독립했다. 많은 사람이 왜 안정적인 커리어를 내려놓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였다.

이제는 한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것을 넘어, 다양한 브랜드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회사가 WACT다.

WACT를 만들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브랜드가 고객과 더 오래 연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나는 마케팅을 광고를 잘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이 브랜드를 처음 만나고, 이해하고, 경험하고, 다시 찾아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WACT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도, 광고를 대행하는 회사도 아니다. 브랜드가 자신의 철학을 발견하고, 그 철학이 고객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구조를 만드는 회사다.

규제 산업일수록 신뢰와 관계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나는 규제가 많은 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싶다. 광고가 어렵다는 이유로 좋은 브랜드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일은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산업일수록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광고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진심 어린 콘텐츠, 그리고 꾸준히 관계를 이어가는 브랜드라고 믿는다.

그래서 앞으로 WACT에서는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방법만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시장과 산업의 변화를 함께 읽고, 고객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며, 규제 산업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 수 있는 전략을 함께 고민할 것이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인사이트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브랜드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브랜드를 믿는다. 그리고 브랜드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람들의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 더 나은 선택을 돕고, 더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WACT는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고객을 소비자가 아닌 파트너로 바라보고, 함께 배우고, 함께 만들어가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언젠가 WACT와 함께했던 브랜드들이 “우리 브랜드가 세상과 제대로 연결될 수 있었던 시작은 그때였다”라고 이야기해 준다면, 그것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묻힐 뻔했던 브랜드가 다시 세상에 말을 걸고, 그 이야기에 공감한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 그 브랜드를 소개하는 선순환. 나는 앞으로도 그런 순간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싶다.

그것이 지난 22년의 경험 끝에 내가 찾은 일의 의미이며, WACT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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