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 다른 삶: 한양MBA 독서모임 ‘북스피어’를 운영하며 알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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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피어는 한양MBA에서 만난 동문들과 함께 운영하는 독서모임입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멤버들이 돌아가며 모임 리더를 맡아 책에 관한 생각과 각자의 경험을 나눕니다.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했던 사람들이 졸업 후에도 책을 매개로 다시 만나 일과 관계, 삶에 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양MBA에서 마케팅과 비즈니스를 공부했지만, 북스피어에서는 정답이 없는 삶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누군가는 자신의 일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사랑과 관계를 이야기하며, 또 다른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돌아봅니다. 그래서 북스피어에서 읽는 책은 한 권이지만, 우리가 만나는 삶은 언제나 여러 권입니다.
한양MBA 동문들과 독서모임을 시작한 이유
MBA 과정에서는 수많은 사례와 이론을 배우고 끊임없이 의견을 나눕니다. 각자 다른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큰 배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졸업하면 강의와 과제는 끝나고,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이유도 줄어듭니다. 학교 안에서 만들어진 좋은 인연과 대화를 졸업 이후에도 계속 이어갈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북스피어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단순히 정기적으로 책을 읽기 위한 모임이라기보다, 한양MBA에서 만난 사람들이 책을 중심으로 다시 연결되는 공간입니다. 회사와 직책,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결론과 성과가 중요하지만, 독서모임에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도 충분한 대화의 주제가 됩니다.
저는 사람을 연결하고 대화를 만드는 일을 좋아합니다. 마케팅과 세일즈 현장에서 일할 때도 제품을 설명하는 일보다 사람의 생각과 요구를 발견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연결하여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 더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북스피어를 운영하면서도 책 자체보다 책을 통해 드러나는 사람의 생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좋은 책은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지만, 좋은 독서모임은 새로운 사람과 삶을 만나게 합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동문도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문장에 오래 머물렀는지, 무엇에 불편함을 느꼈는지,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했는지를 들으며 업무적인 관계에서는 알 수 없었던 깊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책을 선정하는 일은 앞으로 나눌 대화를 선택하는 일
독서모임에서 책을 선정하는 일은 유명하거나 읽기 편한 책을 고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떤 질문을 함께 나누고 싶은지, 서로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고 싶은지를 선택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북스피어에서는 멤버들이 돌아가며 모임 리더를 맡고 각자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제안합니다. 그래서 선정도서에는 그 책을 고른 사람의 관심과 취향, 현재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이 담깁니다. 책을 고른 리더가 왜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었는지 설명하는 순간부터 독서는 이미 시작됩니다.
혼자 책을 고르면 익숙한 분야와 좋아하는 작가를 반복해서 선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고른 책을 읽으면 평소라면 펼치지 않았을 책과 만나게 됩니다. 독서 취향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넓어집니다. 독서모임은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는 자리이면서, 혼자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책을 다른 사람의 이유를 통해 읽어보는 자리입니다.
2026년 하반기 북스피어는 7월 《팩트풀니스》를 시작으로 8월 《이기적 유전자》, 9월 《여행의 이유》, 10월 《원칙》, 11월 《빨간 머리 앤》, 12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습니다. 과학과 인문, 여행과 자기계발, 고전문학과 한국소설까지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여섯 권이지만, 결국 ‘사람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선택하며,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7월 《팩트풀니스》|나는 세상을 사실대로 보고 있을까요?
하반기 첫 책은 제가 리더를 맡은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였습니다. 처음에는 세계의 빈곤과 교육, 건강과 인구 변화를 데이터로 설명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읽을수록 세상보다 제 자신을 더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오래 기억하고, 하나의 사건으로 전체를 판단하며,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빠르게 결론을 내립니다. 책에서는 이를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으로 설명합니다.
저 역시 WACT를 시작한 이후 작은 반응 하나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렸습니다. 기대한 만큼 빠르게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걱정했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하나가 전체를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홈페이지를 열고도 완성한 것보다 부족한 부분이 먼저 보였고, BNR Salon을 시작한 뒤에는 현재 함께하고 있는 사람보다 아직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숫자를 생각했습니다.
《팩트풀니스》를 읽으며 걱정을 없애야겠다고 결심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조금 더 정확하게 걱정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확인한 사실은 무엇인지, 제가 상상한 미래와 섞여 있지는 않은지, 하나의 장면만으로 전체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북스피어 멤버들과 열 가지 본능을 이야기하면서 같은 개념이 일과 관계, 자녀교육과 개인의 경험으로 전혀 다르게 해석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책은 정보를 전달하지만, 대화는 그 정보를 각자의 삶으로 이동시킨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8월 《이기적 유전자》|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일까요?
8월에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습니다. 제목만 보면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을 설명하거나 정당화하는 책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인간은 이기적인가’라는 도덕적 판단보다 생명과 행동을 어떤 관점에서 이해할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선택을 어디까지 본능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본능을 이해하는 것이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생존과 번식을 향한 생물학적 동력이 존재하더라도 인간은 협력하고, 양보하고,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넘어선 선택을 합니다. 본능이 행동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최종적인 결론까지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질문은 제가 BNR Salon에서 몸과 욕구를 이야기하는 관점과도 연결됩니다. 몸에서 어떤 욕구가 생겼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욕구를 알아차리고, 그 의미를 이해한 뒤,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선택의 능력이 있습니다. 욕구를 이해하는 일은 행동을 합리화하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행동에 더 책임을 지는 과정입니다.
9월 《여행의 이유》|우리는 왜 익숙한 곳을 떠날까요?
9월에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습니다. 여행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닙니다. 익숙한 역할과 시간표, 반복되는 관계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속도로 자신을 바라보는 경험입니다. 낯선 길을 걷고 다른 언어를 들으며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면 일상에서는 당연하게 지나쳤던 감각이 다시 살아납니다.
저 역시 해야 할 일이 많고 생각이 복잡할수록 책상 앞에 더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는 같은 장소에서 생각을 반복하는 것보다 잠시 환경을 바꾸는 일이 더 좋은 답을 주기도 했습니다. 여행은 현실을 피해 떠나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다른 거리에서 바라보기 위한 움직임일 수 있습니다.
《여행의 이유》를 읽으며 우리는 왜 떠나는지, 낯선 곳에서 어떤 자신을 만나고, 무엇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오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멀리 떠난 여행뿐 아니라 혼자 걷는 하루, 익숙한 도시에서 발견한 새로운 장소도 삶의 시선을 바꾸는 작은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10월 《Principle - 원칙》|나를 흔들리지 않게 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10월에는 레이 달리오의 《원칙》을 읽습니다. 삶과 일에는 정답이 없지만 선택의 순간마다 자신을 붙잡아주는 기준은 필요합니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거나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평소 중요하게 생각해온 가치와 원칙이 드러납니다.
직장에서는 조직의 목표와 업무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WACT를 시작한 뒤에는 무엇을 할지뿐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지도 제가 결정해야 했습니다. 자유가 커진 만큼 판단의 책임도 커졌습니다. 당장 도움이 되는 기회처럼 보여도 WACT가 향하는 방향과 맞는지, 함께하는 사람과 오래 신뢰를 쌓을 수 있는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지킬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했습니다.
경험을 원칙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과거의 성공방식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잘된 일과 실패한 일을 돌아보며 다음 선택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일입니다. 《원칙》을 통해 각자가 일과 관계, 삶에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기준은 무엇인지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11월 《빨간 머리 앤》|어른이 되며 무엇을 잊고 살았을까요?
11월에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을 읽습니다. 어른이 된 뒤 고전을 다시 읽으면 어린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장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앤의 풍부한 상상력과 솔직한 감정,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른이 되며 놓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상상력을 줄이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을 뒤로 미룹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먼저 찾고, 이미 가진 매력과 가능성은 쉽게 지나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효율과 성취만이 아닙니다. 평범한 풍경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 실수한 뒤에도 다시 시작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빨간 머리 앤》을 읽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금의 삶에서도 지키고 싶은 자기다움과 상상력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로 포기한 마음이 있다면 다시 꺼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2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열심히 사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12월에는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로 하반기 독서를 마무리합니다. 이 책은 열심히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멈추어버린 사람들이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서로를 만나고, 각자의 속도로 삶을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은 오래 배웠지만, 멈추고 회복하는 방법은 충분히 배우지 못했습니다. 쉬고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명확한 목표가 없으면 잘못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어디에서 지쳤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 같은 자리에서 또 멈추게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WACT를 시작하며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 사이를 오갔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과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좋은 성과를 만들면서도 몸과 마음을 돌보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지키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에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보다 ‘어떤 삶을 오래 지속하고 싶은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북스피어가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잠시 멈춰 서로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의 문장은 같지만, 그 문장이 닿는 삶은 모두 다릅니다.
북스피어 하반기 여섯 권은 7월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팩트풀니스》에서 시작합니다. 8월에는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생명과 본능을 살펴보고, 9월에는 《여행의 이유》와 함께 익숙한 삶에서 잠시 벗어납니다. 10월에는 《원칙》을 통해 자신의 선택 기준을 정리하고, 11월에는 《빨간 머리 앤》으로 잊고 지낸 상상력과 자기다움을 만납니다. 마지막 12월에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통해 멈춤과 회복, 다시 시작하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이미 이해한 것처럼 미리 결론 내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은 읽기 전의 기대와 읽은 뒤의 감상이 다르고, 혼자 읽었을 때와 함께 대화한 뒤의 의미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팩트풀니스》를 통해 생각의 습관을 돌아보았고, 앞으로 이어질 다섯 권이 어떤 대화를 열어줄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책은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지만, 좋은 독서모임은 새로운 사람과 삶을 만나게 합니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삶을 이야기한 뒤 우리는 처음 책을 펼쳤을 때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됩니다. 이것이 제가 한양MBA 독서모임 북스피어를 계속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올해 읽은 책 가운데 자신의 생각이나 삶의 방향을 바꾸어놓은 한 권이 있으신가요? 그 책의 제목과 마음에 오래 남은 이유를 댓글로 들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1. 북스피어는 어떤 독서모임인가요?
북스피어는 한양MBA에서 만난 동문들이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돌아가며 리더를 맡아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독서모임입니다.
2. 2026년 하반기 북스피어 선정도서는 무엇인가요?
7월 《팩트풀니스》, 8월 《이기적 유전자》, 9월 《여행의 이유》, 10월 《원칙》, 11월 《빨간 머리 앤》, 12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입니다.
3. 북스피어는 책을 완독해야 참여할 수 있나요?
완독하면 더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한 문장이나 하나의 질문이라도 자신의 삶과 연결되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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