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조급함으로 뜨거워진 생각을 식혀주는 책, 《 팩트풀니스 》
무더위가 이어지면 몸뿐 아니라 생각도 쉽게 지칩니다.
휴대전화 화면을 열 때마다 사건과 갈등, 경기 침체와 기후 위기, 누군가의 실패와 불안에 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이러한 정보를 계속 접하다 보면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전보다 더 위험한 곳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 역시 WACT를 시작한 이후 세상의 변화와 사람들의 반응에 더욱 민감해졌습니다. 브랜드를 만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수많은 선택을 해야 했고, 작은 반응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일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방향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빠르게 결론을 내리려 했고, 아직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일까지 걱정했습니다.
이처럼 몸과 생각이 함께 지치는 무더운 여름, 불안과 조급함으로 뜨거워진 생각을 잠시 식혀주는 책으로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추천합니다.
세계를 이해하는 책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책으로
최근 북스피어 하반기 첫 모임에서 《팩트풀니스》를 함께 읽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제가 리더를 맡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더 꼼꼼하게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 소개된 열 가지 본능을 하나씩 정리하고 멤버들과 어떤 질문을 나누면 좋을지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숫자와 그래프가 많이 등장하고 세계의 빈곤과 교육, 건강과 인구 변화에 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부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게 한다는 점에서 편안한 책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오히려 마음은 차분해졌습니다. 세상이 완벽하게 좋아지고 있다는 낙관적인 믿음이 생겨서가 아니라, 제가 보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빠르게 반응하고, 극적인 사건을 오래 기억하며, 눈앞의 위험을 실제보다 크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팩트풀니스》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으로 설명합니다.
하나의 장면으로 전체를 판단했던 순간들
처음에는 이 열 가지 본능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개념으로 받아들였지만, 북스피어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일상과 관계에서도 같은 본능이 끊임없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 역시 좋았던 일보다 아쉬웠던 일을 더 오래 기억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도 한 사람의 부정적인 말을 마음속에서 반복했고, 일이 조금 늦어지면 앞으로도 계속 늦어질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기대한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면 방향 전체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려 했습니다.
특히 WACT를 시작한 이후에는 모든 선택의 책임이 제게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빨리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홈페이지를 열고도 완성한 것보다 부족한 부분이 먼저 보였고, BNR Salon을 시작한 뒤에는 현재 함께하고 있는 사람보다 아직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숫자를 생각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마케팅과 세일즈 현장에서 시장과 고객의 반응을 빠르게 읽어왔지만, 이 책을 통해 빠르게 판단하는 것과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사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
《팩트풀니스》는 감정을 배제하고 숫자만 믿으라고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고, 개인의 삶에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존재합니다. 불안과 두려움 역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감정입니다.
다만 불안을 느끼는 것과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일 수 있습니다. 감정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모든 상황이 위기처럼 보입니다. 누군가의 짧은 답변을 관계가 멀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한 번의 실패를 자신의 능력 전체에 대한 평가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머릿속에서 완성한 뒤, 그 상상 때문에 현재의 선택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정확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감정을 무시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이 현실 전체를 대신하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사실을 확인하는 일도 BNR의 시작입니다.
《팩트풀니스》의 관점은 제가 BNR Salon에서 이야기하는 Body·Needs·Relationship의 흐름과도 연결됩니다. 몸이 긴장하면 생각은 위험을 더 크게 받아들이고, 불안이 커지면 자신의 욕구를 차분하게 이해하기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감정이 뜨거워진 상태에서는 상대의 의도를 묻기보다 판단하고, 관계를 이해하기보다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을 먼저 선택합니다.
그래서 사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사고의 기술이 아닙니다. 몸의 반응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아래에 있는 욕구를 이해하며, 관계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걱정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금 더 정확하게 걱정하기로 했습니다. 확인하지 않은 일을 미리 단정하지 않고, 한 번의 반응으로 전체를 판단하지 않으며, 시간이 필요한 일에는 충분한 시간을 주려고 합니다.
뜨거운 세상에서 생각의 온도를 지키는 방법
《팩트풀니스》는 시원한 물 한 잔처럼 과장된 두려움과 조급함으로 뜨거워진 생각을 잠시 식혀주었습니다. 세상을 무조건 낙관하게 만들기보다, 제가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살펴보게 했습니다.
세상이 지나치게 빠르고 복잡하게 느껴지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한 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급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기를 권합니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세상이 사실인지, 아니면 불안과 조급함이 만들어낸 하나의 장면인지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좋지 않은 일 하나가 생겼을 때 그 일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뜨거워진 생각의 온도를 낮추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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